제목 [한겨레] 오늘 하루, 고기 안먹으면 안될까요?
등록일 2015.06.22
2009년 12월 덴마크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 개막 나흘 전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에서 열린 지구온난화 토론회장에서 비틀스 멤버인 폴 매카트니가 세계를 상대로 ‘고기 없는 월요일’을 제안했다. 그는 이미 6개월 전 자신의 두 딸과 함께 공식 웹사이트(www.meatfreemondays.com)를 열고 캠페인을 시작한 터였다. 반드시 월요일이 아니라도 일주일에 한 번은 고기를 먹는 대신 채식을 통해 지구 환경을 지키는 데 참여하자는 것이 이 캠페인의 취지다. 육식이 지구 환경에 끼치는 부작용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온실가스 배출에 의한 기후변화 가속화, 산림이 목초지와 사료 생산 농지로 전용되는 데 따른 숲 파괴, 식량과 물 부족, 수질 오염 등이 대표적이다. 과학자들은 쇠고기 생산에는 같은 칼로리의 곡물을 생산하는 것에 비해 10배 이상 많은 온실가스와 160배 넓은 토지를 필요로 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축산 부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한다. 인천 부평에서 채식한방 한약국을 운영하면서 채식을 확산시킬 새로운 운동 방법을 고민하던 이현주(47·기린한약국 대표) 한약사는 매카트니의 이런 제안에 무릎을 쳤다. “채식을 알리려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강의도 많이 했는데, 공장식 축산 동영상 같은 것을 보고 채식에 공감했던 사람들도 1~2년 있다 보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있는 거예요. 본능인 먹는 문제를 운동으로 푼다는 게 참 어렵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폴 매카트니의 기사를 보았죠. 아, 저런 식으로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느낌이 오더군요.” 그렇게 그가 한국에서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을 시작한 지 올해로 6년째다. 매카트니가 이끄는 영국의 고기 없는 월요일 그룹과 연락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재작년까지는 각 나라에서 모두 독자적으로 했어요. 전세계 고기 없는 월요일 그룹의 연결은 작년에 처음으로 이뤄졌어요. 그전까지는 서로 어떤 나라에서 어떻게 하는지 모르고 있다가 지난해 확인해보고 세계 36개 나라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됐던 거죠.” 이 한약사는 ‘한국 고기 없는 월요일’ 대표로 불리고 있지만 고기 없는 월요일은 조직을 갖춘 단체라기보다 하나의 운동에 가깝다. 일반 환경단체와 달리 회원을 관리하지도 않고 회비도 없다. 가끔 중요한 이벤트가 있을 때 함께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있을 뿐이다. 채식을 주제로 한 강연장에서 안내 자료를 나눠주는 일뿐 아니라 운동을 홍보하는 웹사이트(www.meatfreemonday.co.kr)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관리 등은 모두 그의 몫이다. ‘그가 이끄는 한국 고기 없는 월요일은 국내에서는 환경단체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지만 멀리 영국에까지 소문이 났다. 그는 올해 초 영국 옥스퍼드에서 열린 한 녹색경제 관련 콘퍼런스에 초청 강연자로 나서기도 했다.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의 원조 나라인 영국에서 그를 부른 것은 우연만은 아니었다. 2010년 말 이 한약사는 환경단체 녹색연합 회원들과 함께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나가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을 알리는 홍보 부스를 설치해 운영했다. 그때 칸쿤에서 알게 된 영국 친구가 옥스퍼드 토론회를 준비하게 되면서 그를 강연자로 불렀던 것이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장에 홍보 부스까지 설치하고 참가자들에게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을 홍보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 영국과 미국의 같은 운동 그룹에서 홍보 방법에 대해 자문할 정도였다. 그는 “이 운동은 대중적으로 호소력이 있으니 꼭 해야 된다. 그래서 유엔 회의에 가서 얘기를 해봐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나갔죠. 그때는 정말 제가 미친 것처럼 무슨 사명감 같은 것에 불타올랐던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6년째 ‘고기 없는 월요일’을 전도한 그의 노력에 힘입어 동참하는 기관들도 하나둘 늘어났다. 광주교육청 관내에는 90% 이상이 주1회 채식 급식을 하고, 전북교육청에서는 올해 88개 학교에서 채식 급식을 시범 실시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2013년부터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에 동참한 서울시청에서는 지난해까지 매주 금요일 시청과 시청 산하 141개 기관에서 채식을 제공했는데, 올해 말까지 이 숫자는 300곳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고기를 덜 먹자는 것은 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서양에 적합한 이야기일 뿐 곡물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가 아닐까? 이에 대해 그는 “학교 급식현장에 가보면 거의 매 끼니 학생들에게 고기가, 그것도 친환경적이지 않은 저가의 질 나쁜 고기가 제공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생각보다 우리가 고기를 많이 먹고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인천시 부평구 산곡동 명신여고 앞 기린한약국에서 그를 만난 15일은 마침 영국을 포함한 세계의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 그룹이 올해 처음 제안한 ‘세계 고기 없는 날’이었다. “온실가스 배출과 물 부족만이 문제가 아니죠. 동물 사육을 위해 열대 우림과 농경지가 파괴돼 황폐해지고, 농경지를 잃어버린 원주민들은 도시 상업지역으로, 아이들은 매춘으로 내몰리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요. 고기를 덜 먹는 것은 이런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는 대안입니다.” 이 한약사는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채식을 하는 게 개인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면서 지구를 살릴 수 있는 가장 손쉬운 환경운동”이라며 좀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기를 희망했다. 인천/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기사원문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69629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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