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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MFMKorea

[비건라이프스타일] 일상에서 가치있는 경험을 나누는 '위드마이'

최종 수정일: 2020년 9월 7일

위드마이 민승기 대표 인터뷰


글쓴이: 신현정, Sustainable Contents Creator


5년 전 미국에서 경험한 일이다. 그날도 변함없이 동료들과 점심을 맛있게 먹고 화장실에서 열심히 치카치카를 하고 있었다. 덩치 큰 여성이 내게 다가오더니 “양치질은 개인 화장실에 가서 해”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뭔가 더럽다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근무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그녀의 위압적인 태도에 난 쫄아서 미국인 동료들에게 달려가 내가 뭘 잘 못 한 거냐고 울먹이며 물어보았다. 동료들은 나를 위로하면서 그녀의 비위생적인 취향을 무시하라고 했다. 그래서 다음 날, 난 미국인 보스와 함께 동일한 화장실에서 신나게 양치질을 해대며 셀피를 찍어서 내 방식대로 나름 소심한 복수를 했다.


한국인이라면 어려서부터 하루에 세 번 식후에 양치질을 해야 한다고 배웠고 오늘도 열심히 실천하고 있다. 구강 건강이야말로 젊을 때 관리를 잘 하지 않으면 나이 들어 큰돈이 깨진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돌이켜보면 내가 구강 건강을 위해 어떤 치약과 어떤 칫솔을 사용했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사실을 발견했다. 그동안 은행에서 선물로 받은 치약에 치과의사 지인이 선물해준 칫솔을 무심하게 소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랬던 내게 ‘비건 치약’이라는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해준 브랜드가 있어서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비건 생활필수품 브랜드 위드마이의 민승기 대표를 화상으로 만났다.


 

위드마이 브랜드에 관해 소개 해주세요.

위드마이는 나와 이웃, 환경과 모든 생명체를 위해 비건(Vegan)이라는 개념, 즉 모든 생명체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공존하는 개념을 우리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고민하는 브랜드입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내 아이덴터티를 가장 잘 표현해주며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나 생활에서 잘 드러내고 이 가치를 친구들과 가족과 쉽게 나눌 수 있는 브랜드라고 이해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래서 슬로건도 ‘Share with My Goods’ 입니다. 현재는 치약이 메인 제품이에요.



위드마이 치약 칫솔 제품 (사진: 위드마이 제공)



예전에 치약 성분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요.
어떤 치약이 좋은 치약일까요? 왜 비건 치약인가요?

좋은 치약은 특정 성분이 있어서 좋다 나쁘다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상황에 맞는 치약’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위드마이 치약은 불소가 없어요. 하지만 충치가 많이 있는 분은 불소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의 상황에 따라 선택하는 치약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치약을 구매할 때 크게 고민하지 않으시잖아요. 하지만 내가 안심할 수 있는 성분, 만든 사람이 직접 사용하면서 ‘이 치약이 최고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치약이 좋은 치약이라고 생각해요. Fair trade 혹은 eco-friendly 제품을 추천합니다. 위드마이 치약은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 인증을 받았는데요. 제품을 직접 미국에 보내서 성분을 파악하고 안전성을 검증받은 제품입니다. 한국에서는 EWG 인증을 받지 않고 로고를 무단 사용하거나 EWG 0등급이라고 말한 제품을 보았는데 EWG에는 1등급부터 있습니다. 앞으로 소비자들이 구강 건강을 위해서라도 치약을 구매하실 때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구매하시면 좋겠어요.


미국에서 치과의사로 근무하시다가 한국에 오셔서 이렇게 개념 있는 치약 브랜드를 론칭하셨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2001년도에 미국 볼티모어에 있는 대학교에 다녔는데 그 동네에 홀푸드 슈퍼마켓이 오픈을 했어요. 거기에 거의 매일 들락날락했는데요. 그곳에서 비건, eco-friendly 제품을 처음 만났어요. 제품 케이스에 찍혀있던 PETA, Vegan Society와 같은 인증 기관에 대해 열심히 찾아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시간이 흘러 2013년 한국에 돌아왔는데 그 당시 제가 사용하고 싶은 치약을 구할 수 없었어요. 위드마이 치약을 론칭하게 된 것은 순전히 제가 사용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물론 그때 제가 좀 순진하기도 했죠. 이런 제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으리라 생각했었고 치약으로 시작해서 비누, 바디샴푸로 제품을 확장해 소비자의 화장실에서 안방까지 위드마이 브랜드 제품으로 채울 수 있도록 성장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2015년 12월에 위드마이 브랜드를 론칭했습니다. 비건에 대한 정보가 제품 케이스에 쓰여 있으면 예전에 제가 그랬던 것처럼 적어도 한 명은 그 내용을 읽어볼 것이고 그렇게 해서 비건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다는 목표로 지금까지 달려왔네요.


위드마이를 쓰는 고객분들이 궁금한데요. 어떤 분들인가요?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다면?

위드마이를 시작할 때 주요 고객층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면서 환경에 관심 있는 분이라고 설정했는데 실제 고객들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더라고요. 아이가 있는 엄마, 대학생, 60~70대 시니어 분들이 위드마이 치약을 사용하셨어요. 특히 시니어 분들은 시중에 있는 강한 치약으로 인해 잇몸이 약한 분들이 저희 제품을 선호하시더라고요. 예상치 못했던 피드백이었던 거죠.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실버타운에 계신 여성분이셨어요. 처음엔 전화 주문을 받지 않았는데 인터넷 주문이 어렵다며 전화로 주문하셨어요. 계속 주기적으로 구매하시면서 실버타운 친구들과 따님에게도 위드마이 치약을 선물로 나눠주셔서 지금도 저희는 전화 주문을 받고 있습니다.


위드마이 브랜드를 론칭하고 지금까지 운영해오면서 힘든 일도 많았을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 그리고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요?

제가 도전을 즐기는 타입이라서 그런지 진짜 힘들었던 경험은 아직은 없어요. 물론 위드마이의 비전에 공감하는 분이 별로 없었을 때, 그리고 그린 와싱(Green Washing)을 하는 브랜드를 봤을 때 힘이 빠지기는 했었지만요. 기억에 남는 경험을 뽑는다면 네이버 해피빈 크라우드펀딩과 관련된 사례인데요. 2회에 걸친 펀드레이징은 잘 됐지만, 댓글 중 나쁜 댓글이 있었어요. 기부를 왜 필리핀에 하냐. 필리핀 아이들 팔아서 배 불리는 것이냐.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이때 ‘내가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사람들이 나처럼 생각할 거라는 내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관점을 포용하려고 노력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분들에게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 더 고민하는 계기가 됐어요. 투자 제안도 몇 번 받았는데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브랜드로 지키고 싶어서 거절했습니다.




위드마이 치약을 사용해서 양치하는 필리핀 소년 (사진 : 위드마이 제공)


이 길을 걸어오는 과정에서 고마운 분들이 많이 계실 것 같은데요. 한 분을 꼽자면?

위드마이 치약이 EWG 인증을 받으려고 준비할 때 함께 샘플 작업을 해주신 정종윤 연구원님께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어요. 제가 엄청 깐깐하게 그리고 집요하게 이것저것 요청했었는데 처음엔 좀 냉랭하시다가 나중에는 정말 열심히 해주셨거든요.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고 있어요. 이분 아니었다면 위드마이 치약이 EWG 인증을 받을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거의 진상 수준으로(웃음) 요구 사항이 많았었는데 그때 잘 받아주시고 도와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 꼭 전하고 싶어요.


대표님도 비건 생활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치아 건강과 비건 식생활 연관성이 있을까요?

저는 현재 페스코 베지테리언입니다. 미국에서 혼자 밥 먹을 때 소화 문제로 고기를 잘 먹지 않았어요. 홀푸드 슈퍼마켓을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채식 위주로 식사를 하게 됐습니다. 치과의사로서 지난 경험을 돌아봤을 때, 저는 치아 건강과 비건 식생활이 연관성이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해요. 진료를 볼 때 치아가 깨끗한 환자들이 있었거든요. 그 비결을 물어보면 채식주의자나 채소를 많이 먹는다고 했어요. 육식을 많이 하면 치아에 고기나 질긴 게 많이 끼고 잇몸에도 타격이 있거든요. 반면에 채소나 과일은 식이섬유가 있어 먹으면서 치석을 제거해주기도 하고 잇몸에도 타격이 덜하니까요.



위드마이 치약 제품 케이스 (사진 : 위드마이 제공)



대표님만의 치아 건강 유지 비결이 있다면요?

저는 음료를 마실 때 스텐레인리스 스틸 빨대를 자주 사용해요. 음료가 치아에 닿는 면이 적어 착색 방지도 되고요. 주스나 콜라 마실 때 빨대를 사용하면, 설탕 닿는 면이 작아 충치가 생길 확률이 낮아집니다


Meat Free Monday에게 책/영화를 추천해주신다면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를 추천합니다. 저는 재미있게 잘 봤거든요. 제 친구들도 이 영화를 보고 고기를 못 먹겠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누구나 쉽게 즐기면서 예상 밖에 감정적으로 공감되는 내용이라 채식에 대한 접근 방법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고기를 먹는 것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필요한 만큼, 그리고 고기도 한때 생명이었다는 점을 기억하면서 육식을 섭취하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필요 이상으로 더 많이, 더 싸게, 더 쉽게 먹기 위해서 동물을 착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더 나은 세상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성경 말씀에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구절이 있는데요. 모든 사람이 모든 생명과 환경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공감할 수 있는 세상이 더 나은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내가 사용하고 싶은 제품, 타인에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브랜드로 위드마이를 키워나가고 싶어요. 그래서 많은 분이 일상에서 이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면서 건강과 환경을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지난 몇 년간 100% 유기농 코코넛 비누 샘플링 작업을 하고 있는데 제가 원하는 만큼의 결과물이 나오질 않네요. 제가 만족하는 품질이 나오는 그날, 신제품을 론칭할 계획입니다.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그 사람의 취향이 그 브랜드를 통해 향수처럼 은은하게 배어 나오기 때문이란다.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환불원정대’처럼 개성 있게 센 언니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깐깐하게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 소비자’로 제대로 코스프레(!)를 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슬기로운 소비 생활’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일상에서 쓰는 제품을 모두 나열해보고 앞으로 ‘개념 있는 제품’으로 하나씩 바꿔나갈 예정이다. 비건 라이프는 생각보다 어렵고 힘든 게 아니다. 비건 치약을 사용해서 하루 세 번 양치질 하듯 일상에서 아주 작게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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